싱가포르에서 핀테크 사업을 운영하는 지인이 한국 내 관련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면서, 한국 내 자사 법인이 없음에도 전자금융거래법상 등록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자문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률은 본래 자국 영역 내에 소재하는 자 또는 자국의 영역 내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업활동이 국제화하고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국 영역 밖의 기업 활동이 한 국가의 시장경제 또는 개별 소비자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의 사업 활동에 대해서도, 그것이 자국 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국내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해외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개시하기 전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해외 사업자에게 역외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국내 규제 및 동 규제의 위반 시 해외 사업자가 부담하는 법률리스크에 대하여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해외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국내 규제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을 기간통신사업과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하며, 기간통신사업을 제외하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사업, 예컨대, 포탈 서비스, 인터넷 쇼핑몰, 웹 호스팅 업체, 앱 마켓 사업자 등을 모두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동 법은 일정한 자본금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신고 및 등록 의무를 부과하며, 그 밖에도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불법 촬영물 등 유통방지 의무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일반적인 의무들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동법 제2조의 2에 따르면 “국내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동 법이 적용될 수 있어, 해외 온라인 서비스의 경우라도 국내 이용자를 타겟으로 할 경우 위 규제들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가 무엇인지 명백한 해석례가 없어 비교적 폭 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으나, 과거 대법원이 공정거래법의 역외 적용과 관련하여 “직접적이고 상당하며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영향”으로 해석한 점을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이용자 보호,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규제 법령으로, 동 법이 적용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사실상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를 포함합니다. 동 법 역시 국내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원칙적으로 해외 사업자에게도 역외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법 제5조의 2)
개인정보보호법은 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 및 처리할 경우 이용자의 동의를 받을 의무, 개인정보 보호조치 및 국외 이전 등에 관한 의무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동법은 명시적인 역외적용 조항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를 두지 않고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는 해외사업자에 대하여,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내 대리인을 통하여 해외 사업자 역시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업무를 이행하고, 자료 제출 등을 의무화하도록 규제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역외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국내 서비스 제공” 의 해석 기준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운영 하고 있는지, 한국인을 이용 대상 중 하나로 상정하고 있는지, 국내에 사업 신고 등을 하였는지 등의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화폐의 발행 및 관리업무를 하는 전자금융업에 대하여 허가 및 등록 의무, 이용자의 보호를 위한 규제를 두고 있으며, 동시에 제4조 상호주의 조항에 따라 외국인 또는 외국 법인에게도 동 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전제로, 전자금융감독규정 제50조 제2항은 국외에서 주로 영업하는 사이버 몰에 대한 허가 및 등록의 세부 요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법은 지난 2021년 개정안에서 역외적용 조항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이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점, 국제사법의 소비자 계약에 대한 예외 조항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에서 최종안에서 삭제되었습니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의 신고 및 청약철회 등의 의무는 현재로서는 해외 사업자에게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해석됩니다.
해외사업자에 대한 제재 조치
해외 사업자에 대하여 위 규제 법령이 적용될 경우, 관련 당국이 조사 등을 통하여 규제 위반행위가 확인될 시 원칙적으로 법령에 따른 적절한 행정적 제재, 즉 과징금 부과, 시정 명령, 영업 정지 등을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법인이 설립되어 있거나, 사업자의 자산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에 있는 사업자에게 실질적인 제재 조치를 부과할 관할권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정부는 집행력 강화를 위하여 앞서 살펴 본 개인정보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에 국내 대리인의 지정제도를 도입하였고, 국내 사업장이 없는 해외 사업자로 하여금 국내에 소지한 대리인을 두게 하여 해당 의무의 이행을 촉구하고,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결어
해외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경우, 한국 시장에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별도의 등록 또는 신고의무가 있는지, 반드시 준수해야 할 관련 규제가 있는지 사전 실사(due diligence investigation)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적용되는 국내 법령은 대개 요건이 복잡하고, 개정 논의가 잦으며, 담당 부처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산업별로 상이한 경우가 많아 자칫하면 법 위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사업자의 입장에서 복잡한 개별 국가의 규제를 모두 준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직접적인 법 집행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는 점에서 국내 규제의 준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한국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 있거나 혹은 서비스의 이용자 중 한국 국적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업자라면, 이러한 사전 검토를 통하여 규제 위반으로 인한 리스크를 미리 인지하고, 사업 계획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현송 변호사 (hyeon.lee@thepine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