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판결 및 국제중재 판정의 국내 집행 절차

국제거래는 통상 계약에서 분쟁해결 조항을 두고 있으며, 분쟁 당사자가 속한 국가 외의 중립적인 국가의 법원을 전속 관할로 지정하거나, 혹은 국제중재의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분쟁 당사자가 실제 분쟁에서 승소했다 하더라도, 판정의 집행을 위해서는 별도의 집행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때 외국 판결 또는 중재판정의 집행 대상이 한국 내 소재할 경우, 당사자는 국내 법원에 집행 판결 등을 구하여 비로소 강제집행에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외국 판결의 승인 요건

한국 민사소송법 제217조에 따르면 외국 판결의 승인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대한민국의 법령 또는 국제법에 따라 그 외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될 것, ② 패소 당사자가 소장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송달 받았을 것, ③ 재판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 ④ 대한민국과 그 외국 법원이 속하는 국가 간 재판의 승인 요건이 균형적이고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을 것.

특히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및 그 밖의 사회질서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승인 가능성 문제 입니다. 과거 한국 법원은 불법행위의 효과로 손해의 전보만을 인정하는 우리의 민사법 체계에서는 징벌적 배상이 우리 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할 수 있다고 보아 외국 판결의 승인을 제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우리 법제에서 불공정행위와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이 허용되는 영역이라면, 손해액의 3배 배상을 명한 하와이 주 법원의 판결의 집행이 허용된다고 보아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국제중재판정의 승인 요건

한국은 중재의 집행에 관한 뉴욕 협약의 가입국으로, 뉴욕 협약이 가입국이 중재지인 국제중재판정은 한국 중재법에 따라 승인 및 집행이 가능합니다. (법 제39조 제1항) 물론 이 때 뉴욕 협약 제5조에서 정하는 비승인 요건 (예컨대 중재합의의 부존재)에 해당할 경우, 국내 법원에서 승인여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뉴욕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 중재판정의 경우, 법원의 집행 결정을 받아 강제집행 절차에 나아갈 수 있으며 이 때는 앞서 살펴 본 외국 판결에 대한 민사소송법 제217조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현송 변호사 (hyeon.lee@thepine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