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명품 브랜드가 주로 국내 대리점에 의해 판매되었지만, 요즘에는 병행수입을 통해 국내시장에 유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행수입업자는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의 홍보를 위해 해당 브랜드의 등록상표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때 타인의 상표를 사용하는 것이 상표법에 위반되는 행위일까요?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를 알림과 동시에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상표법은 이러한 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병행수입업자가 해당 브랜드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상표를 일부 표시하였다고 해서 그 상품의 출처나 품질을 왜곡시킨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경우는 상표권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병행수입업자가 해당 상표를 외부 간판이나 명함에 사용한 경우는 어떨까요? 이 경우에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소비자들로 하여금 해당 병행수입업자가 브랜드의 본사 혹은 대리점으로 오인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본사에게 손해를 미칠 우려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많은 분들이 상표에 대한 권리보호는 상표법만을 떠올리지만, 생각보다 많은 부분들이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서 보호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상호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제하며, 상표 외에도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이나 상호,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행위와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제재합니다.

따라서 병행수입업자가 타인의 상표를 선전광고물, 명함, 포장지, 쇼핑백, 내·외부 간판에 부착 또는 표시하여 사용행위는 상표법 위반에 해당하기는 어려우나, 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에 타인의 상표를 사용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하여 사용 중지와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현송 변호사 (hyeon.lee@thepine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