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 법인을 설립하여 공장을 운영하거나, 외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 국가의 행위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어떤 조치가 가능할지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사전에 시장 조사와 법령 검토를 마치고, 자본을 조달하여 해당 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 등을 밟게 됩니다. 그러나, 단순히 사업상 리스크라고 하기에는 가끔씩 예견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전쟁이 발생하여 설립한 공장이 전부 무너지거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반감 등으로 법령이 개정되어 인허가를 받을 근거가 없어지거나, 기존에 받은 허가가 부당하게 취소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혹은 최악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일구어 놓은 산업을 투자 유치국 정부의 관여 하에 빼앗기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는, 투자유치국의 국내법원에 민사 혹은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입니다.
원칙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발생한 사건은 그 국가의 사법절차에 의해서 구제받을 길이 열려있습니다. 다만 국내 제소는 투자유치국 법령상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국가의 법치주의(Rule of Law) 수준이 사실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외교적 채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법상 외교적 보호권이란 자국민이 외국에서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가 적절한 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외교적 보호권은 외국인 투자자 개인이 위에서 언급한 국내구제절차를 모두, 그리고 성실히 마쳤을 때 행사 가능하다는 점, 국가간 외교 관계를 고려할 때 투자자 개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적 구제는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로서 갖는 국제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투자보장협정(International Investment Agreement)이란 국가간의 투자를 촉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외국기업에게 자유로운 사업활동 및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조약으로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제중재절차(ISDS)를 통하여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투자자의 ISDS 제소 권한과 청구의 인용가능성은 해당 투자협정의 요건 및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매우 상이할 수 있습니다. 실제 ISDS 제소를 검토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참고할 만한 일반 요건(checklist)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 본국과 투자유치국 간 투자보장협정(BIT) 또는 FTA협정이 존재하는지
- 협정상 보호대상투자 및 투자자 요건을 충족하는지
- 투자에 대한 손해 발생 또는 손해의 인지 시점이 협정상 제소기간 이내인지
- 투자유치국 법원에 제소한 사실이 있는지
- 투자유치국 정부의 명백히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 위 부당한 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국제법상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기준은 비교적 높은 편이고, 국제 중재는 시간과 비용이 비교적 많이 소요되는 절차입니다. 무엇보다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직접 제소는 사업 철수를 감안해야 할 만큼 최후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투자자라면, 가능한 구제방안을 모두 검토하여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실제 ISDS 제소 시 승소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 발생을 인지한 시점부터 주요 ISDS 제소 요건과 입증 필요 사항을 파악하는 초기 검토는 필수적일 것입니다.
이현송 변호사 (hyeon.lee@thepinelaw.com)